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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동산 시장의 새 변수,외국인 투자자
매체명 한국경제 게재일 2011-10-18 조회수 1895
서울 서교동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서교 자이’ 142㎡형(57평) 1채는 최근 일본인 남편을 두고 있는 50대 여성에게 팔렸다. 이 여성은 한 시간 정도 상담을 받고 나서 16억 원짜리 아파트를 선뜻 매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원화가 약세를 보이자 환차익을 겨냥해 매입했다”며 “선납 할인 5% 조건을 제시하자 대출도 끼지 않고 바로 엔화를 환전해 와 현금으로 매입했다”고 전했다.

제주시 협재리에 있는 콘도형 리조트 라온프라이빗타운의 계약자 중 190명은 중국인이다. 제주도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관광지 중 하나다. 제주도에 5억 원 이상 주택을 구매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정책이 시행된 이후 중국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2세대 외국인 구매 수요가 등장하고 있다. 1998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자유화된 이후 주된 매입 주체는 재외 동포와 합작법인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순수 외국인의 매입이 시작되고 있다. 또 과거엔 공장용지 토지 등을 주로 사들였으나 최근엔 레저용 부동산, 아파트 등에도 입질이 시작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부동산 임대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지역 상권이나 전월세 가격을 주도하는 현상이 일부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2세대형 매입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분양 업체들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외국인 매입을 과장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에 주목하는 중국인

중국인의 제주 지역 부동산 매입은 휴양 리조트와 개발사업용 토지에 집중되고 있다. 작년부터 영주권을 얻기 위해 콘도형 리조트를 매입하는 수요가 나타나더니 최근엔 개발사업용 토지 매입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칭다오(靑島)의 부동산 투자 전문 기업인 바이퉁(百通) 그룹은 지난 5월 서귀포시의 40만여 ㎡ 부지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광둥성(廣東省) 부동산 개발업체인 톈하이(天海) 그룹은 신혼 테마파크 조성용 부지를 찾고 있다. 중장비 제조업체인 싼이(三一·SANY) 그룹과 투자금융 회사인 캉시(康熙) 그룹도 기업연수원과 차이나타운 조성을 위한 후보지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인의 제주도 부동산 매입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계 법인이나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 금액은 953억2800만 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입 금액 640억3000만 원보다 312억9800만 원이 늘었다.

매입 건수와 면적 기준으로 보면 증가 폭이 더 두드러진다. 상반기 매입 건수는 515건으로, 작년 상반기(250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면적의 경우 작년 상반기(8만6597㎡)보다 3배 이상 늘어난 26만660㎡를 기록했다. 그 결과 중국인이 보유한 국내 부동산은 총 4361건, 1조4525억8700만 원에 달했다. 면적은 336만4552㎡로 여의도(290만 ㎡) 면적의 1.16배다. 제주도에 중국인을 겨냥한 콘도를 개발 중인 김철수 피데스PM 사장은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중국계 자본이 한국 등 아시아 지역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작년 2월 도입한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이 제주도에서 분양가 5억 원 이상의 콘도, 리조트, 펜션, 별장 등을 사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인들이 한국 영주권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 수도권·부산 주택에 관심

일본 대지진 여파로 실거주 목적으로 수도권이나 부산 주택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인들이 생기고 있다. 공항 접근성이 뛰어난 인천 송도신도시와 서울 도심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인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송도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3월 11일 이후 송도 일대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매입하겠다는 문의가 지속되고 있다. 분양대행 업체인 랜드비전의 이창언 사장은 “재일교포나 한국에 연고가 있는 일본인들이 매매나 임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도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의 관심을 받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장점이 있어 소형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다만 일본인들은 신중한 데다 지진에 대한 기억도 점차 옅어지고 있어 관심이 계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작년 말 기준으로 126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전월세와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 임대 시장 큰손 부상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전 보증금 300만 원에 15만 원이던 단칸방의 월세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까지 올랐다”며 “기존 국내 수요에다 외국인 수요가 겹치면서 전월세 시세가 가파르게 올랐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외국인들이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고 있다. 서울 자양동엔 ‘양꼬치 거리’라는 상권이 형성되면서 주변 조양시장, 노룬산시장 등 재래시장이 함께 살아나고 있다. 용산 이태원 상권은 인근 해방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 매입 소문은 과장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대거 한국 부동산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들은 늘고 있지만 ‘러시’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부 건설사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외국인 매입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 중국인이나 일본인 몇 명이 단순히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것을 가지고 마치 매입이 대거 이뤄지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외국인의 국내 토지 보유 현황’ 통계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잘 드러난다. 외국인 소유 토지는 시장이 개방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 연평균 38.3%씩 급증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엔 연평균 6.5% 상승하면서 증가세가 둔화됐다.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9년과 2010년엔 연평균 증가율이 3.1%에 그쳤다.

분양대행 업체인 미드미디앤씨의 이월무 사장은 “주변국 사람들이 세컨드하우스 목적으로 한국 주택을 사둘 정도로 우리나라 자연환경과 세금 제도가 매력적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