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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촌 위상 회복 자신만만 서울 한남동…외인부지·뉴타운·용산
매체명 매일경제 게재일 2016-05-26 조회수 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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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은 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꼽힌다. 하지만 부촌답지 않게 그동안 체면을 많이 구겼다. 지난 몇 년간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사업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고 한남뉴타운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강북권 최고 부촌으로 통하지만 오랜 기간 개발 사업들이 난항을 겪다 보니 웬만한 호재 발표에는 투자자들이 눈 하나 꿈쩍 안 했다.

이번엔 좀 다를까. 한남동 일대가 다시 한 번 투자자들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한남동 일대에 고급 아파트를 개발한다는 소식과 함께 한남뉴타운 사업이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남동은 강남 압구정과 다리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동네다. 차로 이동하면 강남 중심가에서 10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 쇼핑·문화시설 공유가 가능하다. 다만 계획적으로 조성된 한강 이남 지역과 달리 노후주택이 밀집한 한남동은 주거와 교육 여건이 강남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대신 자연환경이나 조망권이 뛰어나 개발 잠재력이 크고 호재도 무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한남뉴타운 내 투자자 상당수가 강남 주민일 정도다.

입지만 놓고 봤을 때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은 한남동 잠재력에 후한 점수를 준다. 그러나 더딘 개발 속도 탓에 투자가치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던진다.

▶외인아파트, 평당 분양가 8천만원 예상

한남, 고급·외국인 수요가 가격 뒷받침

2003년 11월 용산구 보광동과 한남동 일대(111만205㎡)는 제2차 뉴타운지구(한남뉴타운)로 지정되고 한남1~5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이 진행됐다. 당시 대지지분 가격은 3.3㎡당 5000만원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넘도록 뉴타운 지분가격은 답보 상태인 데다 한남뉴타운 중 착공이 이뤄진 곳이 아직 한 곳도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잠잠했던 한남동 부동산 시장에 적막을 깨는 호재가 발표됐다.

지난 5월 4일 서울 강북의 노른자 땅으로 통하는 한남동 외국인아파트 부지(니블로배럭스, 6만677㎡)가 땅값만 6242억원에 달하는 고가에 대신증권 금융계열사인 대신F&I에 팔린 것. 아파트 10개 동. 512가구를 품었던 이 부지는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으로 2014년 말 미국과의 단체 임대계약이 끝난 상태였다.

이 단지는 종전과 같이 아파트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국내 최고가 수준 아파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지가격이 높은 데다 용도지역이 대부분 7층 이하로 지어야 하는 2종일반주거지역이고, 고도제한까지 걸려 있어 제약이 많은데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최고급 주거지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지 3.3㎡당 가격만 3395만원이었으니 3.3㎡당 분양가는 최고 8000만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는 서울 강남권 웬만한 부촌의 위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1월 일반에 분양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의 3.3㎡당 분양가는 최고 4290만원 수준이었다. 지난 4월 개포지구에서 공급된 ‘래미안블레스티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760만원 수준. 초기 웃돈이 2000만~4500만원 선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3.3㎡ 4000만원 선을 넘기 힘든 모습이다.

한남동 가격이 강남보다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외국인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위치한 고가 아파트 ‘한남더힐’ 때문이다. 한남더힐에서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57㎡의 매매가격이 13억원 수준으로 11억원 내외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보다 2억원가량 높다.

용산은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태원 등에 외국인을 고려한 상업시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국내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은 용산에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울 지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영등포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고급 주거층은 용산 지역에 가장 많다. 용산은 서울외국인학교의 통학버스가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고 용산국제학교, 독일학교, 외국계 유치원(킨더가튼)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그래서 용산에는 유럽, 미국계의 다국적 기업, 대사관 등의 파견 근무자들이 많이 거주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용산구 외국인 파견자 수는 2407명으로 서울시 내 전체 파견자의 20%에 달한다. 이어 강남구가 1467명, 서초구가 1166명순으로 뒤를 잇는다. 이들은 1000만원 이상 월세를 지불해가며 고급빌라나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한남동이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높은 월세를 기대할 수 있는 덕분에 매매가격도 높게 유지되는 선순환구조가 나타난다.

빌라나 고급 주택은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심이 덜한 반면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상품은 뉴타운 지분 매입이다. 용산구 한남뉴타운은 입지 하나만큼은 서울 으뜸이다.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데다 남쪽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높은 사업성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아직 첫 삽을 뜬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해관계를 두고 주민 간 갈등이 계속되는 데다 출구전략을 서두르는 서울시와 충돌을 빚고 있어 13년째 사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 중 추진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은 조합 설립 후 건축 심의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한남3구역은 지역 특성에 맞게 7개 블록으로 나뉘어 설계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지어보겠다는 취지로 블록별 설계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뉴타운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용산공원 개발도 호재다. 서울 도심에 부족한 공원 부지를 확보할 유일한 기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용산공원은 단일 생태숲 공원 형태로 조성된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자연미를 살린 공원을 서울 도심 중간에 배치하는 것. 서울 이태원에서 삼각지, 용산로에 걸친 미8군 용산기지(234만㎡)에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비는 1조2000억원으로 기지 이전이 완료된 이후인 2017년 착공에 들어가 10년 동안 공사가 진행된다.

여러 요인을 감안해 한남동의 투자가치를 냉정히 따져 보자.

한남동 재개발구역의 공시지가는 3.3㎡당 1300만~2000만원 선. 하지만 거래가격은 공시지가의 2~3배에 달한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월 용산구 한남동 대사관로 일대 대지면적 29.75㎡짜리 연립주택(1983년 건축)은 매매가격만 4억3000만원, 대사관로의 64.65㎡짜리 매물(2006년 건축)은 10억원에 거래됐다. 주차장도 없고 관리도 잘 되지 않은 노후한 한남3구역 내 빌라(69㎡) 시세가 6억3000만원 선이다. 3.3㎡당 50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그런데 재개발이 되면 집값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가는 3.3㎡당 4000만원 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재개발이 된 이후 아파트 시세가 10억원 이상 올라줘야만 차익을 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노후한 주택은 3.3㎡당 전셋값이 3000만~4000만원 내외로 낮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액이 많다는 것도 단점이다. 여기에 만약 사업 추진이 늦어진다면 금융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가치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결국 입지가 아니라 사업 속도라는 의미다.

게다가 한남뉴타운이 공급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높은 임대수익률을 자랑하던 한남동의 장점이 희석될까 우려스럽다. 한남동을 포함해 용산 일대 임대 사업은 외국인 임대 수요가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 유럽 출신 외국인은 아파트보다 빌라나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남더힐 역시 고급 빌라 개념의 아파트다. 한남뉴타운에 들어설 ‘보통’ 아파트가 높은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재개발 투자 수익은 감정평가 금액과 이주비가 나와야 추산할 수 있다. 한남뉴타운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어 본인이 보유한 지분으로 어떤 면적을 분양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결국 한남 지역에 투자를 고려한다면 그만큼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좋은 입지에도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남동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10년 후 미래에 베팅하는 것과 같다.

-매일경제 2016년 5월 23일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