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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의 부촌(2)] ‘재벌1세들의 보금자리’ 한남동
매체명 헤럴드 게재일 2006-01-16 조회수 2750




한국의 대표적 고급주택지로 꼽히는 한남동.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지형은 풍수지리를 모르는 일반인이 보아도 쉽사리 명당임을 짐작케 한다. 한남동이란 이름도 남쪽에 한강이 흐르고 서북쪽으로 남산이 있다 해 한강과 남산의 머리글자를 따 지었다고 전해진다.

한남동이 부촌 대열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건 1960년대 이후다. 이른바 개발시대에 돈을 모은 기업인과 근대 관료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재벌1세의 보금자리인 셈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재벌이 거주하며 저마다의 위용을 자랑하는 한남동 부촌이지만, 이 가운데서도 ‘왕중의 왕’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자택이다.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들어서면서 거처를 옮긴 현 이태원동 자택의 개별주택 가격은 74억4000만원(공시가)에 달한다. 아파트를 포함한 전국의 1258만여채 가운데 가장 비싸다. 대지 645평에 연건평 1033평,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인근 주택 4채를 사들이면서 규모가 커졌다.

한남동 일대는 이 회장 외에도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와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도 자리를 잡고 있다.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주변 5400여평에는 삼성이 건립한 공익문화타운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삼성미술관(리움미술관)과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삼성 이씨의 집성촌’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 사는 다른 기업 총수의 집값(공시가)도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용산구 이태원동 농심 신춘호 회장의 자택은 26억80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구본무 LG 회장의 자택은 18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자산 총액 기준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은 공시가 18억3000만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개별주택 공시지가가 시세의 80% 선에서 결정된다는 점 그리고 좀처럼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시세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자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한남2동 일대 주요 지역의 평균 땅값만 해도 평당 2000만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이마저도 매물이 없다.

이 밖에 박삼구 금호 회장과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도 한남동 멤버다.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외교통상부 장관 등 주요 요인의 공관 또한 이곳에 위치해 있다.

한남동을 이해하는 또 다른 ‘코드’는 대사관 등 최대의 외국인 집결지라는 점이다. 인근에는 외교통상부 공관을 포함해 30여개국의 대사관 및 영사관이 즐비하다. 유럽계 대사관보다는 동ㆍ서남아시아 대사관이 주를 이룬다. 이들 대사관저는 국력에 따라 작게는 150평에서 크게는 600여평의 부지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요지에 위치한 채 좀처럼 장소를 옮기지 않는 탓에 임대료는 월 평균 1300만~1500만원에 달한다.

최근 외국인 렌트 사업을 위한 신축 빌라가 대거 지어지면서 외국인 대상의 월 임대료가 하락하는 추세지만, 이들 대사관저의 임대료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한남동 프리미엄의 또 다른 주역인 셈이다.



정순식 기자(su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