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ustomer > Press
제목 [한국의 부촌(3)] 평창동은 지금 고품격 ‘문화부촌’ 변신중
매체명 헤럴드 게재일 2006-01-18 조회수 1765
서울 한남동, 성북동 등과 함께 강북의 부촌 정도로만 인식되던 평창동이 부(富)와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고품격 ‘문화부촌(文化富村)’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와대와 가깝다는 지리적인 이유로 초창기 주로 정치인이나 권력가가 모여 살았던 평창동이 이제는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관심이 높은 부자가 몰려들고 있는 것. 가나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수십개에 이르는 갤러리가 밀집해 예술작품을 접하기 쉬운 데다 북한산 보현봉과 북악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고급문화와 주거웰빙이 결합된 문화적 감수성을 깨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평창동 고급빌라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거부하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멋을 풍기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산 평창매표소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동(銅)으로 제작된 집이 대표적인 예다. 지붕을 타고 흐르는 곡선이 스페인의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양식을 연상케 한다. 건설관련 업종의 재력가 집으로 이름있는 건축설계사에 설계에서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일임해 탄생한 집이다.

평창동 고급주택가가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SBS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이병헌의 집,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집으로 등장한 한 주택은 이제 일본인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영화 ‘빈집’과 ‘바람난 가족’의 무대가 되는 등 평창동 동사무소 황청태 동장의 말을 빌리면 ‘1년 내내 길을 막고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하나같이 으리으리한 집이지만 가격은 평당 600만~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건축비는 따로 계산해야 한다. 평창동에서만 30년째 살고 있는 협신공인 송해명 사장은 “주택가격보다는 오히려 건축비가 평당 1000만원 이상 하는 집이 많은 데다 워낙 증ㆍ개축이 심해 평균적인 가격을 내는 것이 무리”라면서 “가나아트센터를 중심으로 도로변에 인접한 주택은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촌의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남향 정면으로 북악산 전망이 어느 정도 확보되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는 것. 하나은행 평창동지점 장현자 PB팀장은 “맑은 날 전망이 좋은 거실에 앉아있으면 마치 거대한 한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평창동은 1년 내내 고급빌라를 신축하거나 증ㆍ개축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른 부촌에 비해 주택거래가 자주 이뤄지기 때문이다. 남이 살던 집에서 그냥 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주인이 바뀐 빌라는 전혀 다른 집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부자 간 담장싸움’으로 유명한 신준호 롯데햄ㆍ우유 부회장과 영도건설 이정훈 대표 간 법정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수려한 자연경관 때문에 한국 내 외국인 지사장이나 외국대사 상당수가 고급주택을 빌려 사용한다. 월 평균 임대료는 700만~900만원대. 평창동에서 한번 살아본 대사나 외국계 회사 지사장은 혹시라도 한국에 다시 올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평창동부터 찾는다고 한다.




손수근 기자(zzaza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