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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슈퍼 리치] 한남동, 대한민국 재벌家 동네
매체명 매일경제 게재일 2009-07-18 조회수 3122
집값은 아무도 모른다
이건희 前 삼성 회장ㆍ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ㆍ구본무 LG그룹 회장ㆍ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모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엔 지나다니는 사람도 표지판도 별로 없다…곳곳 CCTV와 경비초소가 방문자를 주시한다


한강과 남산의 앞글자를 따 이름지은 한남동.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이 단장된 거리에는 정적만 흐른다. 국내 굴지의 재벌가들이 거주하는 이곳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안내 표지판도 잘 보이지 않아 처음 오는 사람은 길을 잃기 쉬울 정도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지만 곳곳에 설치된 CCTV와 경비초소에서 방문자를 주시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이중근 부영 회장 간의 조망권 분쟁으로 한남동이 다시 한번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작년 한남뉴타운 사업과 올해 초 한남더힐 분양으로 `노다지 땅`으로 부각된 한남동은 원래 종로구 성북동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적인 양대 부촌으로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유엔빌리지 쪽을 중심으로 하는 한남1동, 하얏트호텔 부근의 한남2동이 `슈퍼리치`들 거주지다. 게다가 이제는 옛 단국대 용지에 세워지는 최고급 임대주택 한남더힐까지 합세해 `한남동=고급주택` 등식을 굳히고 있다.

◆ 재벌가의 집성촌이 된 한남동

= 한남동은 2005년 이미 `한강 조망권 분쟁 1탄`으로 호사가들 입에 오른 바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신춘호 농심 회장 저택 바로 옆 용지에 새 집을 지으려 하자 제동이 걸린 것.

이 전 회장이 지금은 고인이 된 전낙원 파라다이스 회장에게서 집터를 매입한 후 공사를 시작하자 신 회장은 공사 소음과 조망권 피해를 주장하며 공사 중지 소송을 냈다. 이후 양측 합의를 통해 소송이 취하되고 리움미술관 옆에는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 이건희 회장 단독주택이 들어섰다. 당시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 주택의 대지 용지가 600평 정도라고 밝혔으나 이후 한 월간지를 통해 대지면적은 1600평에 달하며 주차 가능한 차량 대수만 45대라고 보도된 바 있다.

이건희 전 회장 외에도 한남동에는 삼성가문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이건희 전 회장 집 뒤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집이 있는데 장남 정용진 부회장 집과도 마주보고 있다. 집 뒤쪽으로는 하얏트 호텔이, 집 앞쪽으로는 한강이 보이는 위치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한남동 주민들이다.

남산 줄기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집 왼쪽으로는 한강 자락이 보인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도 한남동 이웃사촌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역시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번 조망권 분쟁의 대상인 이중근 부영 회장의 2층 주택은 남산 기슭의 높은 지대에 있어 한강을 집앞 연못처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는 명당 자리에 있다. 이 주택 바로 앞자리에 이명희 회장이 지난해 10월부터 딸에게 줄 고급주택 공사를 시작했고 지난달 이 회장이 가처분 신청서를 서부지방법원에 내며 조망권 분쟁 2탄이 시작됐다.

◆ 한국 부촌의 양대 산맥, 한남동과 성북동

= 최고 부촌 자리를 두고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는 성북동과 한남동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재벌 2ㆍ3세대들이 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남동과는 달리 성북동 부촌은 주로 재벌 1세대가 오랫동안 머물러 온 곳이다. 이곳에 사는 재벌 및 중견기업인은 거의 100명에 달한다.

또한 재벌가 구성 면에서도 한남동은 성북동과 비교된다. 한남동에는 삼성, LG가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성북동은 현대가 재벌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은 장남 정지선 회장, 차남 정교선 사장과 함께 오랫동안 성북동에 뿌리를 내려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그리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성북동 주민이다.




◆ 월세 1000만원 넘는 빌라 즐비한 유엔빌리지

= 한남1동 유엔빌리지 가장 높은 지대에는 문선명 통일교 교주 저택이 있다. 2층짜리 단독주택이지만 높은 곳에 위치해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전망은 유엔빌리지 내 집들 중 최고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 평가다.

유엔빌리지에는 200여 개 고급빌라와 100여 개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다. 원래는 단독주택 수가 훨씬 많았으나 20년 전부터 수익성을 이유로 단독주택들이 헐리고 빌라가 하나둘씩 올라갔다. 작년 말에도 CJ건설과 동양메이저건설이 40억원대 빌라를 분양하는 등 한남동 내 빌라 붐은 식지 않고 있다.

한남동 빌라는 보통 한 동만으로 구성돼 보통 10~20여 가구가 살고 4~5층 높이다. 집 평수가 100평대가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보니 한 층에 3~4가구만 들어와 사는 셈이다.

이 일대 빌라촌의 주요 거주자들은 국내 자산가들과 기업 임원, 외국인 등이다. 유엔빌리지 일대를 돌다 보면 `RENT`라고 적힌 표지판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주로 월세나 깔세(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를 낼 입주민들을 찾는 표지판이다.

외국인들이 월세나 깔세를 선호하지만 내국인들은 거의 매매를 통해 유엔빌리지에 사는 방식을 택한다. 유엔빌리지 내에서도 월세가 높다고 소문난 헤렌하우스의 경우 400㎡ 정도 빌라가 월 1200만원의 임차료를 내야 하는 형편이라 어지간한 소득이 아니면 월세 부담이 상당하다. 300㎡의 경우 임차료가 낮은 축의 빌라라고 하더라도 월 800만원은 할 정도로 고급주택이 모여 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앞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깔세로 내면 1년에 주거비만으로 1억원 넘게 나가는 상황이라 내국인들이 월세를 내고 들어오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회사 고문역이나 CEO로 몇 년간 한국에 머무르는 외국인 같은 경우에는 회사에서 경비 처리가 되니까 높은 월세를 내고도 산다"고 귀띔했다.

월세 계약기간은 주로 2~3년이다. 다만 요즘은 월세 계약자들을 구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소 평가다.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반 년간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다 보니 집주인들이 월세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재작년부터 용산 시티파크와 파크타워 쪽으로 수요가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 공시지가 통해 주택가격 짐작할 뿐

= 한남동 고급주택이나 빌라 가격은 얼마나 될까. 다른 지역 아파트 가격이라면 시세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한남동 주택이나 빌라 가격은 `집 주인도 모른다`는 것이 답이다.

그나마 한남동 일대 주택 가격을 점칠 수 있는 방법은 공시지가와 감정가다. 1년에 두 번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하는 전국 주택 공시지가 가격에서 한남동 일대 주택들은 최고가 10위 중 절반 정도를 순위에 올려놓는다. 이건희 전 회장 자택은 올해 4월 말 발표된 공시가로 94억5000만원에 달하고 2005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신춘호 농심 회장 자택은 26억80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구본무 LG 회장 자택은 18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주변 공인중개사 예상에 따르면 이 일대 주택가는 3.3㎡당 1300만~2000만원 정도다. 통상 공시지가가 실제 가격의 90%를 밑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남동 안에는 100억원을 육박하는 주택도 있는 셈이다.

빌라가 경매에 부쳐질 경우 감정가를 통해서도 가격을 점칠 수 있다. 이달 말 입찰되는 한남동 헤렌하우스 230㎡는 감정가가 47억4000만원에 달한다.

■ 풍수지리로 본 한남동

집집마다 재물 가득 쌓이는 터…배산임수ㆍ영구음수 조건 완벽

= 남쪽으로는 한강, 북쪽으로는 남산.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길지. 한남동을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풍수지리학자라면 한남동의 탁월한 입지에 감탄하게 마련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영구음수(靈龜飮水)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입지가 서울에서 한남동 외에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남동 서북쪽에 자리한 남산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과 뜨거운 저녁 햇살을 막아준다. 한강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남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으며 경사가 완만해 수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 풍수지리학에서 산은 바람을 막아주고 물은 산에서 불어오는 기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한남동은 입지상으로 산의 양 기운과 물의 음 기운이 조화를 이뤄 가장 이상적인 지형이다.

더구나 남산에는 북한산에서부터 흘러나온 용맥(龍脈)이 그대로 이어진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학회장은 "북한산에서 서남진한 용맥은 경복궁의 주산인 북악산으로 솟은 다음 자하문터널을 지나 인왕산으로 솟는다. 그다음 남대문을 거쳐 남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남산의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한남동의 지세는 태조산을 분수령으로 시작해 경기 포천의 용암산이 중조산(中祖山)이며, 북한산이 소조산(小祖山)이고, 남산이 주산(主山)이다.

한남동의 좋은 입지는 조선시대부터 전국 각지의 문인들을 불러모았다. 고 학회장에 따르면 한남동은 응봉이 동쪽을 둘러싸고, 남쪽으로 한강을 접하고 있어 예부터 뛰어난 경치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고자 시인, 묵객들이 몰려들었으며 조선 시대 이항복 선생은 천일정(天 一亭)이란 정자까지 짓고 살았다고 전해진다.

한강은 한남동이 한국의 부촌으로 거듭난 이유를 설명해준다. 멀리 태백산에서 발원해 흘러온 한강은 중랑천을 거친 뒤 혁대를 허리에 찬 모습처럼 금성수(金星水)로서 한남동을 둥글게 감싸고 흐른다. 집터를 타원형으로 감싸며 흐르는 금성수는 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으로 평가된다.

풍수경전에 따르면 금성수가 흐르는 마을에는 부귀가 충만하고, 의로운 인물과 호남아가 태어난다고 전해진다. 또한 그 마을 사람들은 세상의 존경을 받고 자식들은 효심이 지극하다고 되어 있다.

단순히 한강을 앞에 둔 것만으로 한남동이 부촌이 된 것은 아니다. 풍수는 물을 재물로 보며 먼 곳에서 굽이굽이 흘러와 혈장을 감싸안고는 바로 꼬리를 감춰야 길상이다. 한남동에서는 중랑천 쪽에서 흘러나온 물이 혈장인 한남동 터를 감싸안고 보광동 쪽에서 급히 사라진다. 이 덕분에 집집마다 재물이 가득 쌓이는 터가 된 것이다.

고 학회장은 "한남동은 기가 순한 곳이라 사람이 대를 이어 살 수 있는 터이며 남산에서 뻗어온 용맥이 한강을 만나서 지기를 응집한 형태라 주민들에게 재물복을 안겨줄 것"이라고 풀이했다.

물론 한남동이라고 해서 풍수지리적 입지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한남동은 흙심이 두텁지 않아 초목이 잘 자라기 어렵고 습기도 부족하다.

고 학회장은 "땅의 결함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비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돌이나 콘크리트로 마당을 포장하기보다는 흙을 넓게 깐 뒤 키 작은 꽃나무나 잔디를 심으면 좋다"고 전했다.

한남동 재벌가 주택들은 한남동 안에서도 입지가 탁월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남동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주택을 풍수지리학적으로 분석하면 남산 자락이 좌우에서 감싸고 있고 그 한가운데 오목한 곳에 집이 자리잡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는 셈이다.





[김제림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