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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달에 1000만원이나 !…월세 사는 부자들
매체명 매일경제 게재일 2010-03-12 조회수 2726

그들이 남의 집에 사는 이유는?

용산구 한남동 UN빌리지


# 1. 재미동포 2세 P씨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대학 졸업 후 한국에 취직해 집을 사는 대신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월세로 산다. 254㎡ 규모인 이 집 월세는 1000만원. 입주 때 2년치 월세 2억4000만원을 선납했기 때문에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다. 

P씨는 "미국에서는 월세를 내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월세를 선택했다"며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부동산 매입에 큰돈을 들이기보다는 살기 편한 집에서 적정한 대가를 치르고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 2. 도쿄 출장이 잦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K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미켈란147 아파트 108㎡를 보증금 5000만원 월 250만원 조건에 1년 월세로 계약했다. 공항 갈 일이 많아 도심터미널 근처를 원했던 K씨는 "직업 특성상 새로운 곳으로 옮겨 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K씨는 사무실이 위치한 강남 인근에 5년째 거주 중이지만 집을 매입하는 대신 삼성역 근처 고급 오피스텔을 1~2년 단위로 임차하고 있다.


`월세` 사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돈이 없어 월세방을 산다는 이야기는 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줄이기 위해 다달이 임대료를 부담하는 일반적인 임차인과 달리 한 달에 적게는 200만원대부터 많게는 1500만원까지 내는 통 큰 임차인들이다.

고급 주택에 거액의 월세를 내고 사는 사람들은 외국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나 외국인 또는 연예인이다.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지만 목돈은 투자하고 거주는 월세로 하는 자산가도 있고 새집에 자주 옮겨다니면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외국식 `렌트` 개념을 선호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 한남ㆍ성북ㆍ방배ㆍ청담동 인기

= 고급 월세는 대부분 보증금 없이 계약기간 월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흔히 `깔세`라고 부르는 이런 렌트 방식은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함께 받는 한국식 월세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용산에 주둔하는 주한미군 군속이나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이 미국식 렌트 개념으로 집을 구하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등에 퍼지게 됐다.

외국계 기업에서 집을 구하는 수요 중 70%가량이 한남동 유엔빌리지와 이태원동 인근에 모여 있다. 일부 대사관이 가깝고 고급 빌라나 단독주택이 많은 성북동 인근에도 집을 단기 임차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게이트힐즈 분양을 담당하는 전홍덕 팀장은 "국내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본사가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외국인은 한국 전세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고 집을 매입하기는 부담스러워 렌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남동과 이태원 쪽은 분양면적 기준으로 330~430㎡ 고급빌라는 월 1000만~1500만원 선에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가족을 동반한 가구는 커뮤니티를 잘 갖추고 있고, SFS 등 국제학교가 가까워 용산을 선호한다. 드물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살아 있는 서대문구 연희동을 찾는 임차인도 있다. 성북동 인근 고급빌라는 월 800만~1200만원 선.

임차인 취향에 따라 단독주택을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가 주택을 구입해도 상승 여력이 크지 않고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커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월세를 내고 집을 임차해 살면서 다른 투자처를 찾는 예도 많다"고 전했다.

도곡동이나 삼성동 등 강남권 주상복합도 월세 임차인이 많다. 주로 프리랜서나 전문직 종사자, 유흥업소 종사자 등 싱글 가구 선호도가 높다.

강남구 삼성동 플러스공인 관계자는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대개 1년 계약하고, 1년이 지나면 인근 지역 월세로 다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담동이나 방배동 서래마을 등 고급 빌라촌은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연예인이 즐겨 찾는 월세 거주지다.

한 시중은행 PB는 "연예인들은 사람들과 마주치기 쉬운 아파트보다는 사생활이 보호되는 빌라를 선호한다"며 "빌라를 매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투자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600만~1000만원대 월세를 내고 사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 목돈 들어와 집주인도 유리

= 고급 렌트는 전세와 달리 계약기간 후 보증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계약기간 중 월세를 일시불로 받는 예가 많아 목돈을 운용하기가 쉬워 역시 부자인 집주인도 반긴다.

이율이나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반 아파트 전세 수요와 달리 안정적이면서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을 외국인에게 임대하고 있는 집주인 B씨는 "전세보증금으로 받아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고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부담도 있어 월세로 임대했다"며 "월 1300만원씩 2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았다"고 말했다.

이태원동 신원공인 관계자는 "외국 생활 경험이 많은 임차인들은 집에 못을 박는 등 작은 사항도 주인과 상의하거나 먼저 의견을 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외국인에게만 세를 주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사 오기 5개월 전부터 여유를 가지고 중개업소를 통해 집을 구하기 때문에 외국인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적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임대하면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사례가 많다.

소모품인 벽지나 커튼 교체 비용을 주인이 부담해야 하고 가전제품과 에어컨, 주방용품 등을 갖춰 달라고 요구하는 임차인도 있다.

외국인 전문 렌트 회사 관계자는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렌트비 10~15%가량까지는 인테리어 비용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대상으로 임차계약서를 쓰면 영문 계약서가 기준이므로 분쟁사항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중개업소에 한글로 된 계약서를 추가로 요구하고 확인해야 한다.

신원공인 관계자는 "원계약서는 영문이라도 분쟁거리는 우리나라 민법에 따라 조정하므로 계약시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고급 임대주택도 등장

= 최고급 시설을 갖춘 임대아파트도 등장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용지에 들어서는 `한남더힐`이 대표적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 전환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입주자들은 일단 2년6개월~5년간 매월 임대료를 내고 살아야 한다.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215㎡ 15억2810만원, 260만1000원 △246㎡ 17억7760만원, 302만4000원 △284㎡ 20억3280만원, 346만1000원 △332㎡ 25억2070만원, 429만1000원으로 거액이다.

`한남더힐`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전세로 환산하면 18억~30억원 수준이다. `임대아파트=서민아파트`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임대아파트는 잔금을 치른 후 입주해야 하는 일반 분양아파트와 달리 입주 후 일정 기간 살아보고 본인이 원하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임대아파트에 사는 동안 청약통장 순위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은아 기자 / 이유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