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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흥부촌 어떻게 변했나, 10년후 부촌은 어디?
매체명 매일경제 게재일 2010-07-14 조회수 2913






◆신흥 부촌 어떻게 변했나◆


















‘성북동입니다’ ‘한남동입니다’ TV 드라마 속 나이가 지긋한 부잣집 사모님들은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단 자신이 사는 동네부터 밝힌 뒤 대화를 이어간다. 그만큼 거주지만으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성북, 압구정, 도곡동 등 이른바 부자 동네에 입성하는 것은 시기, 질투와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부촌 흐름을 보면 60년대에는 서울 성북동, 평창동이 ‘전통 부촌’으로 자존심을 지켜왔고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압구정, 대치, 도곡동이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에는 반포, 청담동이 한강변 개발 바람을 타고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그동안의 부촌 변천사를 살펴보고 10년 후 부촌은 어디일지 예측해봤다.

빌라 전문 컨설팅업체 다다디앤씨의 채익종 사장은 원래 서울 미아리 토박이였다. 그러다 지난 2005년 풍운의 꿈을 안고 청담동 빌라에 입성했다. 초기에는 높은 집값, 비싼 물가 등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청담동 주민만의 자부심을 갖고 산다.

그가 자랑하는 청담동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수 학군과 문화 인프라를 통한 인적 커뮤니티가 그것이다. 채 사장은 청담동에 입성한 뒤로 조찬·주말 모임 등을 통해 인맥을 다지는 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이 셋을 청담동 소재의 학교에 보내면서 고위 공직자, 전문직 등 사회 유력인사 부모들과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얼굴을 익히면 이들의 커뮤니티에 손쉽게 들어갈 수 있지요. 어떤 분들은 공기 좋은 북한산 주변이나 수도권 외곽이 살기 편하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들에게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공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강원도 같은 지방에 가서 살면 됩니다.’ 천혜의 자연환경 대신 저는 강남 빌딩 공기를 마시고 산다고 말합니다. 청담동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얻는 고급 정보는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지요.”

60년대 성북·평창동 부촌 효시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대적인 주거 단지가 조성된 60년대부터 50여년 동안 부촌은 강북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강남으로 남하하는 흐름을 보였다.

부유층마다 선호하는 지역도 조금씩 달랐다. 해방 직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촌이 강북권이라면 재벌 2, 3세와 신흥 갑부는 주로 강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금의 ‘강남 시대’가 형성된 건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던 70년대 후반부터다. 해방 전 한강변 농지였던 압구정동은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의 부촌 시대를 열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첫 분양 때부터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히지만 어느새 강력한 경쟁자들이 여럿 나타났다. 2000년대 초 입시학원 메카인 대치동과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 밀집지인 도곡동이 부상하면서 압구정은 부촌의 위상을 점차 다른 지역에 물려준다.



















정리해보면 60년대 한국의 전통 부촌인 성북, 한남동을 시작으로 70년대 동부이촌동,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 압구정동이 부촌으로 떠올랐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대치, 도곡동 일대에 부유층이 몰리고 최근 들어서는 한강변 인기를 바탕으로 청담, 반포동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구 범어동, 부산 마린시티도 부촌 명성

서울에만 부촌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수도권, 지방에도 그들만의 부촌이 형성돼 있다.

경기도 부촌으로는 단연 1기신도시 대표 주자인 분당 정자동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서 분당~내곡 고속화도로를 타고 분당으로 들어서면 경부고속도로 오른편으로 초고층 빌딩이 펼쳐진다. 탄천을 끼고 들어선 주상복합·오피스텔 단지는 ‘분당의 강남’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정자동이다.

로얄팰리스를 시작으로 주상복합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파크뷰 준공 후 의사, 변호사 등 젊은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입주하면서 강남 못지않은 신흥부촌으로 거듭났다.

대구광역시의 대표 부촌은 수성구 범어동이다. 대구MBC에서 시작해 범어네거리를 지나 우측으로 남부정류장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은 범어동의 핵심 도심업무 기능이 몰려 있다. 지난 80년 동구에서 분구된 이후 수성구에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성구는 3.3㎡당 1000만원 시대를 가장 먼저 열었고 다른 자치구에 비해 집값이 3.3㎡당 200만원 이상, 많게는 두 배 이상 비싸다.

88년부터 입주한 우방 궁전맨션은 대구 유력 인사들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어 범어공원 주변에는 비싼 아파트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덕원고 이전 부지에 지어진 태왕아너스는 대구 최고가 아파트로 군림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수성구 황금동 태왕아너스의 경우 올 3월 거래된 전용면적 기준 184㎡(67평) 가격이 10억2800만원에 달했다. 2002년 분양 당시 가격(3.3㎡당 700만원)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대구의 강남이 수성구라면, 부산의 강남은 해운대구다. 광복동으로 대변되는 중구, ‘부산 8학군’으로 불리는 동래구 등을 중산층의 중심지로 꼽았던 과거 인식이 확 바뀐 것이다.

90년대 중반 도심 개발로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천혜의 자연경관 매력이 더해지면서 해운대구는 신흥 명품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옛 수영만 매립지에 세워진 초고층 아파트 단지 ‘마린시티’는 기업체 CEO, 전문직 종사자, 교수 등이 몰린 부산의 신흥 부촌으로 유명하다.

두산건설의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 현대산업개발의 ‘해운대아이파크(72층)’ 등 바다 조망권을 갖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의 2배 이상 오른 곳도 수두룩할 정도다.

부촌 결정짓는 변수는

‘학군’ 메리트 지고 ‘쾌적성’ 급부상

무조건 집값이 비싸다고 부촌으로 불리진 않는다. 부촌을 결정짓는 변수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부촌만의 공통점을 보면 대체로 대형 평형이 많고 학군이 좋은 데다 자기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다.

부촌 대표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은 대부분 165㎡(50평) 이상 대형 평형 단지들이 주를 이룬다. 은마아파트로 대표되는 대치동은 재건축 호재 외에도 입시학원의 메카로 불리는 게 매력이다.

또한 진정한 부촌은 초기 부유층들이 몰려 집값이 급등한 뒤 점차 가격이 안정되고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 위주로 주민들이 구성된다. 잠깐 집값이 반짝 상승했다 계속 하향세를 보이는 지역은 부촌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부촌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보안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강, 숲, 공원 조망권 등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의료, 문화시설,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부촌의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번 부촌은 결코 영원한 부촌이 아니다. 부촌 개념도 점차 바뀌고 있다. 그동안 교육환경, 인적 커뮤니티 등이 부촌을 좌우하는 요인이었지만 앞으로는 한강 조망권 등 쾌적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서울을 벗어나 무조건 교외로 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서울의 주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공원, 녹지 등이 풍부한 지역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은 “강남이 교육환경과 인적 커뮤니티 등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라면 향후에는 쾌적성, 한강 조망 등 자연 환경이 부촌의 결정요인이 될 것”이라며 “인프라 이용이 수월하면서 공원이나 녹지 등이 풍부한 한강변과 남산 주변이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교육 중심지 집값이 급등했던 현상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의 사교육 차단 노력과 함께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는다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가 부촌 명성을 유지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주상복합 단지처럼 ‘도심형 신흥 부촌’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일본 롯폰기힐즈와 같이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쾌적성보다는 편의, 독창성의 생활패턴을 선호하는 부촌도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후 최고가 아파트 순위는?

한강변 고급 단지 상위권 휩쓸 듯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 평창동에는 단독주택이 밀집해있지만 70년대 이후 부촌으로 형성된 곳들은 대부분 고급아파트촌이다. 향후에도 아파트 인기가 추락하진 않을 터. 미래 최고가 아파트 순위는 어떻게 변할까.

일단 최근 순위를 보면 재건축 기대감이 풍부한 개포 주공아파트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현재 전국 아파트의 3.3㎡당 매매가(평균 호가 기준)를 조사한 결과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가 3.3㎡당 675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고가 아파트 2~4위도 모두 개포동 일대 저층 재건축단지들이 차지할 정도로 개포 주공의 위력을 보여줬다. 주공2단지가 3.3㎡당 6432만원, 주공1단지가 6425만원, 주공4단지가 6236만원 등이었다.

일반 아파트로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3.3㎡당 6112만원으로 5위를 차지해 재건축 추진 단지를 제외한 일반아파트로는 3.3㎡당 가격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4차(5512만원),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5500만원), 개포동 시영(5497만원),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5342만원),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7차(5023만원) 등이 6~10위 자리를 지켰다.

10년 후에도 이 순위가 그대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재건축 호재가 약발이 다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치동 은마, 잠실주공5단지 등이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집값에는 큰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용산 고급아파트 등 한강을 낀 단지들이 상위권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아파트들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한화갤러리아포레 등 뚝섬, 성수동에서 강을 남쪽으로 보고 있는 고급 아파트들이 다음 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강을 끼지 않고는 고급 아파트 위상을 지켜내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향후에도 압구정 현대, 삼성동 아이파크 등이 여전히 최고가 아파트의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라며 “한강르네상스 수혜를 입는 압구정동 아파트들은 주변 문화공간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계속 인기를 끌 수 있다” 내다봤다.

외국의 부촌

美베벌리힐스, 日덴엔초후 등 “글로벌 부자만 오세요”


세계 각국 부촌들은 우리나라 집값과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센트럴파크와 1분 거리에 있는 타임워너센터는 미국 신흥 부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로 유명하다. 가격도 한때 3.3㎡당 1억3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또한 영국 런던의 쇼핑가 나이츠브리지에 있는 ‘원하이드파크’ 펜트하우스(1848㎡)는 공식 판매가가 9000만파운드에 달한다. 모두 ‘글로벌 부자’들을 겨냥한 아파트들이다.

세계 부촌은 주로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 로스앤젤레스 서쪽에 위치한 베벌리힐스 주택 가격은 수백만달러를 넘는다.

톰 크루즈,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의 대표 스타들이 집주인들이다. 대서양과 접하는 뉴욕 롱아일랜드 끝부분에 자리 잡은 햄튼 지역도 해안선을 따라 고급 주택과 별장이 즐비하다. 영국 서부 런던에 위치한 첼시 집값은 보통 20억원을 넘는다. 10㎡짜리 원룸 가격이 3억원에 달할 정도다.

일본 대표 부촌으로는 덴엔초후(田園調布)가 있다. 도쿄 부도심인 시부야에서 전철을 타고 20분가량 가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주택가가 나온다. 경제 거품이 극에 달했던 80년대 후반엔 역 주변 땅값이 3.3㎡당 2억엔을 호가할 정도였다.

물론 거품이 꺼진 후 부유층들이 대부분 떠났지만 이후 도쿄 갑부들이 이주하면서 덴엔초후는 진정한 부촌으로 거듭났다. 여전히 3.3㎡당 500만엔이 넘는 곳이 수두룩해 도쿄 시내 고급주택가에 비해서도 2~3배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