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부촌 어떻게 변했나◆
‘성북동입니다’ ‘한남동입니다’ TV 드라마 속 나이가 지긋한 부잣집 사모님들은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단 자신이 사는 동네부터 밝힌 뒤 대화를 이어간다. 그만큼 거주지만으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성북, 압구정, 도곡동 등 이른바 부자 동네에 입성하는 것은 시기, 질투와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부촌 흐름을 보면 60년대에는 서울 성북동, 평창동이 ‘전통 부촌’으로 자존심을 지켜왔고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압구정, 대치, 도곡동이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에는 반포, 청담동이 한강변 개발 바람을 타고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그동안의 부촌 변천사를 살펴보고 10년 후 부촌은 어디일지 예측해봤다.
빌라 전문 컨설팅업체 다다디앤씨의 채익종 사장은 원래 서울 미아리 토박이였다. 그러다 지난 2005년 풍운의 꿈을 안고 청담동 빌라에 입성했다. 초기에는 높은 집값, 비싼 물가 등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청담동 주민만의 자부심을 갖고 산다.
그가 자랑하는 청담동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수 학군과 문화 인프라를 통한 인적 커뮤니티가 그것이다. 채 사장은 청담동에 입성한 뒤로 조찬·주말 모임 등을 통해 인맥을 다지는 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이 셋을 청담동 소재의 학교에 보내면서 고위 공직자, 전문직 등 사회 유력인사 부모들과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얼굴을 익히면 이들의 커뮤니티에 손쉽게 들어갈 수 있지요. 어떤 분들은 공기 좋은 북한산 주변이나 수도권 외곽이 살기 편하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들에게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공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강원도 같은 지방에 가서 살면 됩니다.’ 천혜의 자연환경 대신 저는 강남 빌딩 공기를 마시고 산다고 말합니다. 청담동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얻는 고급 정보는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지요.”
60년대 성북·평창동 부촌 효시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대적인 주거 단지가 조성된 60년대부터 50여년 동안 부촌은 강북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강남으로 남하하는 흐름을 보였다.
부유층마다 선호하는 지역도 조금씩 달랐다. 해방 직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촌이 강북권이라면 재벌 2, 3세와 신흥 갑부는 주로 강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금의 ‘강남 시대’가 형성된 건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던 70년대 후반부터다. 해방 전 한강변 농지였던 압구정동은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의 부촌 시대를 열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첫 분양 때부터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히지만 어느새 강력한 경쟁자들이 여럿 나타났다. 2000년대 초 입시학원 메카인 대치동과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 밀집지인 도곡동이 부상하면서 압구정은 부촌의 위상을 점차 다른 지역에 물려준다.